사업주-현장관리자-작업자 경각심 갖고 문제해결에 머리 맞대야
업계 “중요 공정에 작업자 연령 제한 등 실효적 대안 마련해야”
협회 안전기술원 “현행 기술지도 외 장비점검 등 업무 확대 필요”
[전기신문 조정훈 기자] #1 2021년 2월 충남에 위치한 전주 시설 공사현장에서 이동식 크레인의 부품 일부가 파손돼 떨어지면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를 덮쳐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한전 A본부가 발주한 B공사 현장에서 전주를 땅에 박기 위해 이동식 크레인으로 새 전주를 운반하던 중 크레인의 붐대 연결부위가 파손되면서 일어났다. 떨어진 설비는 아래쪽에서 작업 중이던 C업체 소속 60대 노동자를 덮쳤다. 작업자는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장에서 사망했다.
#2 2021년 4월 전남 관내 지중화 공사 현장에서 감리책임자가 굴삭기에 깔려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한전 D본부가 발주한 E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굴삭기가 후진하며 뒤쪽 측면에 넘어져 있던 F업체 소속 감리책임자를 깔고 지나갔다. 이 사고로 굴삭기에 깔린 70대 감리책임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한 이가 없어 감리책임자가 넘어진 정확한 원인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3 2021년 4월 경북에 자리한 G공장 내 철탑에 올라 도색 작업 중이던 작업자가 추락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G공장 내에 설치된 철탑에 올라 도색 작업을 하던 H업체 소속 노동자가 10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는 안전대 착용 불량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 관련 법안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안전이) 결코 비용의 낭비가 아니라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이는 투자로 인식돼야 한다. 특히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어 “우리 사회를 절망하게 했던 한 청년의 죽음 이후 1년 가까운 사회적 논의를 거쳐 여러 방안들이 마련됐다”며 “한 발을 내디뎌야 다음 발도 내디딜 수 있다. 안전 관련 법안들은 희생자와 유가족의 눈물에 빚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한 정부 관계부처의 논의와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전국의 전기공사 현장에서는 소중한 인명을 앗아가는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장의 노동자가 작업 중에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기공사 현장 전반에 대한 안전점검과 현장관리의 중요성이 다시금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사망사고 근절을 위해서는 업계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산재사고를 ‘작업자가 부주의해서’ 혹은 ‘특정 현장에서의 관리 실수’로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전기공사 현장의 사망사고가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도 내놨다.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급할 때는 ‘유도리 있게’ 처리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현장의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기공사 현장의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업계 모든 구성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조언을 더 이상 허투루 들을 수는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작업자와 현장관리자, 사업주 모두가 ‘내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가항력적인 원인에 따른 사고가 아니라 철저한 안전관리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대부분인 만큼 작업자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기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부분의 산재사고가 ‘사업주와 현장관리자, 작업자가 관심을 가지고 철저하게 대비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인재(人災)이자 우리 사회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개별 업체가 혼자 짊어질 수도, 짊어져서도 안 되는 영역이다. 영세 업체가 대다수인 전기공사업계에서는 특히 그렇다. 처벌 위주로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넘어 영세 사업장의 실질적인 작업 환경 개선을 견인할 만한 대안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본적으로 전기공사 현장은 사고의 위험성이 큰 공간이다. 높은 곳에서, 고압의 전기를 다뤄야 하는 전기공사업의 특성상 ‘추락’과 ‘감전’ 사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이처럼 사고의 위험이 큰 전기공사 현장에서는 이중, 삼중의 안전점검과 대책을 시행해도 부족함이 없다. 위험한 작업환경하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전기공사업의 특성과 사고사망자의 대다수가 60~70대 고령인 점 등을 감안해 일정 연령대 이하로 작업자의 정년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업계로의 유입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사고가 되풀이될수록 청년층의 ‘전기공사업 패싱’은 더욱 심화될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 협회 안전기술원은 현재 수행하고 있는 현장 기술지도뿐 아니라 정기점검 등으로 예방이 가능한 장비 및 시설의 영역까지 기술원의 업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지도 과정에서 무정전 장비나 유압공구 등 전기공사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설비들에 대한 정기점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전기술원 관계자는 “단순히 현장 작업자와 관리자에 대한 ‘인적(人的)’ 기술지도를 넘어 장비작업계획서 작성 등 주요 장비들에 대한 ‘물적(物的)’ 점검으로 업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전기신문>
http://www.electimes.com/article.php?aid=1619501644216338101&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