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이어지고 유가 치솟으면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
새 전기요금 체계의 의미와 파장
주한규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
새 전기요금 체계가 올 1월부터 적용되기 시작됐다. 연료비 연동제와 기후환경요금 별도 부과가 새 요금 체계의 특징이다. 1월 전기요금 고지서의 항목별 금액을 보니 kWh당 연료비 조정액이 -3원, 기후환경요금이 5.3원으로 계산된다. 보통 가정에서 월 1000원가량 전기요금이 준다. 현재 이 정도인 조정액은 개인에게는 별 영향이 없는 금액이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 정책과 현 요금체계가 이대로 지속한다면 몇 년 뒤에는 수십%의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할 것이고 이로 인한 국가적 부담은 막대할 것이다.
연료비 조정으로 3원이 인하된 것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경기 침체가 근본 원인이다. 사람들의 경제활동과 이동이 줄어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 발전량의 26.4%를 차지했던 LNG 발전의 연료 도입가가 재작년보다 25% 싸졌다. LNG 발전원가 중 80% 정도가 연료비임을 고려할 때 25%의 LNG 단가 인하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전력구매 단가에 4원 이상 절감 효과를 준다. 정부는 국민의 불만 없이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할 시기를 잘 잡았다. 그러나 백신 보급이 확산하면서 코로나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 LNG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LNG 도입가격의 평균은 톤당 약 580달러였다. 이 평균치에 대한 상대적인 가격 변화를 보면 2014년은 1.46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2016년에는 0.63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2년 만에 평균치의 83% 만큼 폭락했다. 그 2년 뒤인 2018년에는 평균치의 28%가 올라 0.91을 기록했다. 또 2년 뒤인 2020년에는 평균치의 21%가 떨어진 0.70 수준이었다. LNG 가격은 이렇게 변동이 심하다. 그 변동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전력 공급을 한전 한 회사가 독점하는 경우에는 꼭 그렇지가 않다. 한전에는 한수원을 비롯한 6개의 발전 자회사가 있지만, 이들은 상호 경쟁이 가능한 완전히 독립된 회사가 아니다. 한전은 자회사별 발전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해 전력을 사준다. 그렇기 때문에 발전원가가 제일 낮은 원전의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다른 자회사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 한편 민간이 운영하는 LNG 발전소는 발전원가가 높더라도 한전은 높은 단가에 LNG 전력을 구매해 공급한다. 전국 전력수요에 따른 발전량 조정을 LNG 발전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회사로부터 구매한 전력의 단가는 지난 5년 동안 평균치가 kWh당 원자력 62원, 석탄 80원, LNG 110원, 태양광 168원 정도다. 이 중 5년간 원가 변동 폭이 가장 큰 발전원은 LNG다. LNG 발전원가의 큰 변동에 따라 한전의 연평균 전력 구매단가도 지난 5년간 80~90원 사이에서 변했다. 그 평균은 84원이다. 지난 5년간 누진제 조정 이외에 전기요금 체계 변동은 크게 없었기에 전력 판매단가는 110원 선에서 유지됐다. 평균적으로 한전은 84원에 산 전력을 110원 판매했다. 그 차액에서 송배전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뺀 금액이 한전의 수익이 된다.
한전은 유가 올라도 적자 걱정 안 해
그런데 2018년, 2019년같이 탈원전에 따른 대체전력 수요로 LNG 발전량이 증가했고, 연료 단가마저 높았던 해는 평균 전력 구매단가가 90원까지 높아져 한전의 적자가 초래됐다. 이러한 적자 혹은 수익 감소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연료비 연동제다.
문제는 연료비 연동제하에서 한전은 더는 원전과 같이 원가가 저렴한 발전소를 운영할 당위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발전원가가 높은 LNG 전력의 구매 비중이 늘어나더라도 그 증가 비용을 쉽게 전기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탈원전으로 인해 원자력 발전량은 감소하되 LNG 발전량이 늘어나고 거기에 연료비 연동제까지 추가될 미래에는 전기요금이 급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라 LNG 가격이 늘 지난해와 같이 싸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석탄발전 감축 비용을 제외한 기후환경 요금은 올해 kWh당 5원이다. 지난해 한전의 전력 판매량이 약 5100억kWh임을 고려하면 이는 연 2조5500억원가량의 재원이 된다. 소위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이행 비용이라 불리는 이 재생에너지 보조금은 아직은 전기요금의 5%도 안 되지만 앞으로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난 3년간 연평균 35% 이상씩 급격하게 늘어난 태양광 발전량을 수용할 수 있도록 올해와 내년에 RPS 의무 이행 비율이 상향 조정됐고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발전량은 원전의 9분의 1
최근 전남 신안에서 48조원 규모의 8.2GW짜리 해상풍력 발전단지 출범식이 열렸다. 그 해상풍력 발전 시설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더라도 생애 발전량은 동일 용량 원전의 9분의 1밖에 안 된다. 이는 우리나라 해상풍력의 이용률은 원전의 3분의 1 수준인 30% 정도밖에 안 되고 수명 역시 원전의 3분의 1인 20년 정도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단위 용량당 건설비도 원전보다 60% 이상 비싸다.
전력 가격은 원자력이 가장 저렴
이 때문에 해상풍력의 발전원가는 원전보다 4배 이상 비싼 kWh당 250원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 단지에서만 매년 3조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하고 이 적자는 기후환경 부담금 명목으로 전기요금에 전가된다. 이러한 예측은 풍력 발전량이 바람의 속도의 세제곱에 비례한다는 사실과 바람이 원래 강하지 않은 한반도에서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해 그나마도 해가 갈수록 풍속의 감소 경향이 관측된다는 점에서 신빙성이 있다.
독일 주택용 전기요금 구성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송과 난방 분야에서 화석에너지를 전력으로 대체해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율을 높이고 그 전력은 무탄소 전원으로 공급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원자력과 더불어 무탄소 전원이지만 재생에너지의 무분별한 확대가 전기요금에 엄청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선별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후환경 부담금에 대한 국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전기료 부담과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LNG 또한 탄소 중립 실현에 역행하는 선택이다. 연료비 연동제로 LNG 확대의 길을 열어 놨더라도 이는 오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원자력 회복이 가야 할 길이다.
독일의 주택용 전기요금, 한국의 3.7배
에너지 전환의 모범국으로 칭송받는 독일은 세계에서 주택용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국가이다. 2019년 가격과 환율 기준으로 독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kWh당 394원으로서 우리나라 105원의 3.7배가 넘는다. 그 비싼 전기요금 중 재생에너지 보조금이 84원가량 된다. 전력 구매비 90원과 맞먹는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확충돼야만 하는 전력망 비용도 96원 추가된다. 독일처럼 재생에너지 확대를 지향하는 우리의 미래가 이렇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는 1000kWh 발전량 당 1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받고 대형 발전회사에 팔아 보조금을 받는다. 그 판매 방식은 20년 장기 고정가격 계약 방식과 시세에 따라 파는 현물시장 거래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난 4년간 현물 시장에서 REC 가격은 3분의 1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이 급격하게 늘어나 REC 공급량은 대폭 확대됐지만 구매수요는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REC 가격 하락은 보조금 감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태양광 업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지난해에 정부는 이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장기고정계약 물량을 대폭 늘렸다. 이 덕분에 장기계약 REC 단가는 실질적으로 상승하게 되었다. 태양광 사업자들은 이렇게 높아진 보조금을 20년 동안 받게 되지만, 국민에게는 기후환경요금 명목으로 전기요금 인상 부담으로 되돌아온다. 국민이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출처 :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4002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