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전기부문 표준품셈 개정
손실 일부보상 '소단위 할증' 명시
단가계약엔 미적용…업계 반발
"현장마다 수십만원 규모 손실"
작년 전신주 공사비 논란 이은
일방통행 행정에도 불만 고조
[대한경제=김진후 기자] 한국전력이 배전단가계약에서 또다시 공사비 삭감 규정을 만들어 공사업체의 원성을 사고 있다. 배전공사업체들은 급작스레 바뀐 공사비 규정에 따라 현장마다 수십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당 공사의 기본 공사비가 100만원이 안되는 상황에서 수십만원은 적지 않은 손실이다.
이미 지난해 단가계약 주요 시공사항 중 하나인 전신주 공사를 둘러싸고 미지급금 논란을 빚은 터라, 원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전기공사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2023년 상반기 적용 전기부문 표준품셈’을 일부 개정하고 1월 1일부로 시행 중에 있다. 여기에는 ‘콘크리트전주 기계 세움’과 관련, 기존에 관례적으로 적용되던 공사비 할증을 ‘소단위 할증’으로 명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할증이란 쉽게 말해 발주량이 기준 공사량보다 적을 경우 배전공사업체의 손실을 일부 보상해주는 것이다. 공사량이 적더라도 인력과 장비는 똑같이 투입하기 때문에, 투입 시간에 비례한 일부 할증으로 공사비를 조정해 주는 식이다.
문제는 단가계약에는 소단위 할증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전단가계약에서 콘크리트전주 기계 세움은 전주 3본을 기본 공사량으로 한다. 개정 품셈에서는 ‘전주 2본 이하 설치 시 할증을 소단위 할증’으로 표현하면서, 반영사항으로 ‘단가공사는 전주 2본 이하 시 소단위 할증 미적용’을 뒀다.
한전은 그 근거로 자체 운영 중인 ‘공사비단가 관리지침’을 내세운다. 관리지침에는 ‘단가계약공사와 같이 1일 작업에 다수건(또는 타공사의) 시행에 의한 작업량 등으로 1일 작업량 미달이 예상되지 않는 경우에는 소단위 할증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 쉽게 말해 A현장에서 2본의 전주를 설치하고, B현장에서 1본을 설치한다고 가정할 경우, 기준 공사량(3본)에 해당하니 할증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한전은 이번 품셈 개정으로 단가계약에서 소단위 할증 지급을 아예 막아버렸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장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한다. 한 현장에 전주 1본을 세우든, 3본을 세우든 공사비는 거의 비슷하다는 점에서다. “1본을 세운다고 해서 근로자를 파트타임으로 고용할 수 없고, 기계장비 또한 마찬가지다. 보통 하루 일당으로 지급한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사실은 배전정보시스템(NDIS)을 통해 드러났다. 배전공사업체는 NDIS를 통해 설계 및 공사비 견적을 뽑는데, 같은 공사를 수행하고도 공사비가 지난해보다 줄어든 까닭이다. 실제 2본 설치 시 공사비는 지난해 대비 12만원 정도, 1본 설치 시에는 24만원 정도가 줄었다.
배전공사업체들은 한전의 일방통행에 대해서도 분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품셈 개정을 논의할 때 한전에선 분명 ‘단순 문구 추가에 불과하고 공사비 변동은 없다’고 확언했다”며, “공사업체에 가장 민감한 공사비 삭감을 어떻게 협의도 없이 시행할 수가 있나. 단가계약에 소단위 할증 미적용한다고 했는데, 콘크리트전주 기계 세움의 90%는 단가계약업체들이 수행한다”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아리송한 답변을 내놨다. 한전 관계자는 “단가계약 모두 예전과 같이 소단위 할증 적용을 유지하지만, 1본씩 3개 현장에 모두 할증을 적용하고 공사비를 추가 지급하는 것은 할증 제도 취지와는 달라 예외 사항을 두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배전업체들은 해당 부분을 원상복구하는 안을 오는 7월 공표되는 하반기 표준품셈 개정 위원회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한전은 지난해 전주 공사 관련 품셈을 인력이 직접 전주에 오르는 대신 기계 오름(버켓 트럭)으로 변경했는데, 이 품에 대한 공사비도 논란이 됐다. 배전업체들은 품셈 변경으로 손실을 봤다는 주장이고, 한전은 재산정한 공사비를 모두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건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시비를 가리는 중이다.
출처 대한경제신문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3020714562426700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