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여건상 승주작업 필요 시 안전관리자 의무 배치 등 제시
지지물 높이별 오름방식 이원화 작업중지권 제도 적극 장려키로
올해 초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에 발맞춰 한국전력은 모든 배전공사 현장에서 작업자가 절연버켓 차량을 타고 작업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에 따라 작업자가 전주를 직접 오르는 오름(승주)작업은 전면 금지됐다.
이는 떨어짐 사고에 대한 분석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재발방지 대책의 실효성 평가 등을 통해 작업 난이도가 높은 전기작업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라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안전보다 신속에 초점…세계 최고 전기품질 이면에 작업자 위험 상존그간 한전은 '안전한 현장' 보다 '신속한 현장'에 초점을 맞춰왔다. 고객만족을 이유로, '정전이 없는 공사' 혹은 생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신속복구 공사'가 현장의 최대 목표였던 것.이러한 기조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전기품질로 이어졌다. 한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규정전압 유지율은 99.99%다. 호당 정전시간은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8.9분에 불과했다. 1년 52만5600분 중 정전시간이 9분을 채 넘지 않는 것이다. 전기품질을 평가하는 각종 지표에서 우리나라는 독일, 일본 등과 함께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하지만 사용자의 편의를 위한 신속한 복구작업과 양질의 전력공급 노력은 역설적으로 전기공사 작업자들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원인이 됐다. 더구나 10m 이상의 높은 전주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배전공사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안전 요소'를 갖고 있다는 게 한전 측의 설명이다. 이에 이러한 불안전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행위를 제한하게 됐다는 것이다.■절연버켓 차량 탑승 원칙은 '떨어짐' 여지 없애는 '물리적 분리'가 목적한전의 고소작업 시 절연버켓 차량 탑승 원칙은 작업자가 전주에서 떨어질 여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물리적 분리'가 목적이다. 떨어짐 사고 발생의 여지 자체를 없앰으로써 이로 인한 사고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한전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발생한 중대재해 가운데 떨어짐으로 인한 사고는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중대재해 3건 중 1건은 '떨어짐'에 의해 발생하는 셈이다. 이 중 배전공사 분야는 21%을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떨어짐의 유형도 작업중이거나 오름 또는 내려오는 중 등 다양했지만 8~13m에 달하는 전주에서 떨어질 경우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현장 여건상 직접 오름작업 필요 시 안전관리자 배치 등 3대 필수조건 충족해야
한전이 전주 오름(승주) 작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지만 절연버켓 차량이 현장에 진입할 수 없는 등의 이유로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올라가 작업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복잡·다양한 현장의 특성상 원칙대로만 처리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전은 이처럼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올라가야 할 때에는 3대 필수조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오름 작업을 실시토록 작업절차를 정립했다.
우선 현장의 안전관리자 배치를 의무화한 점이 눈에 띈다. 배전공사 현장의 작업자들이 전주 오름 작업수칙을 준수하는지 제대로 확인 및 모니터링 하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오름 작업 전에는 반드시 한전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승인 요청은 계획작업용과 긴급작업용으로 구분해서 운영 중이다. 계획작업은 공사 시행 계획단계에서 현장 여건을 확인 후 현장사진 등을 포함한 전주 오름작업의 타당성 검토단계를 신설했으며, 이를 시스템화해 사전 승인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달부터는 돌발공사 또는 전기고장 신고로 긴급하게 현장 출동해 전주 오름이 필요한 경우는 모바일 앱을 통해 승인하는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마지막으로 오름작업용 안전장비 착용을 의무화했다. 오름작업의 방법과 안전장비는 지지물별로 다르게 운영하고 있으며, 착용하는 안전장치도 구분했다.
■지지물 높이별 전주 오름방식 이원화…작업중지권 요청제도 활성화
한전은 전주에 오를 때 기존의 안전대와 안전줄 외에도 지장물 구간에서 사용할 보조 안전줄 등을 활용하도록 하는 등 불안전 요소를 제거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전국에 지지물을 6m, 10m, 16m 등 길이로 구분하고, 전체 배전전주의 95%를 차지하는 6m와 10~16m 이하 콘크리트 전주는 작업자의 허리와 상체를 잡아주는 2개의 안전대와 주·보조 2개의 안전줄(이중 죔줄)을 착용해 오름 작업을 수행하도록 했다.
18m를 초과하는 강관전주는 하천횡단 등 전주간 거리가 100m를 넘는 현장에 설치하는 전주다. 지지물의 높이가 일반 전주보다 높기 때문에 기본 안전장치로는 떨어짐 사고의 불안전 요소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한전은 추락 발생 시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안전로프를 추가 착용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 때 떨어진 작업자를 안전하게 내리기 위해 지상에 있는 작업자가 제동장치로 떨어짐의 속도와 높이를 조절하도록 했다.
추락방지망을 활용한 오름 방식도 도입했다. 추락방지망은 떨어짐 사고가 발생하면 작업자가 안전망에 떨어져 중대재해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장치다. 추락방지망은 지상에서 12~13m에 설치하고, 설치 작업은 고소작업 절연버켓 차량을 이용해 부속설비를 2회에 나눠서 해야 한다.
또한 추락방지망을 활용해 전주 위 작업을 할 경우엔 안전로프 방식과 달리 ▲전주 위 작업자 ▲추락방지망 설치 작업자 ▲지상작업자가 3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
18m를 초과하는 강관전주에서 작업하는 이들은 위의 안전로프 방식과 추락방지망 설치 방식 중 현장 여건 및 작업자 선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한전 측 관계자는 "안전장치를 추가할수록 작업시간은 길어지고, 작업효율도 저하된다"면서 "하지만 지지물의 높이가 높을수록 위해·위험요인이 증가하는 만큼 18m 강관전주에서는 추가적인 안전장치 착용이 필요함을 현장 작업자들도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 소통을 강화해 안전사고 사례 전파 및 예방에 주력하는 한편 작업자가 위험한 현장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스스로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근로자 작업중지권을 전면 확대 시행했다"며 "정당한 작업 중지권을 시행한 작업자 및 공사업체에 한전의 입찰공사 적격심사 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도입해 현장에서 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정훈 기자
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82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