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강화 이유로 만든 복잡한 절차가 외려 안전 위협"
“한전・시공업계・노동계 참여하는 논의・소통 협의체 필요”
안전은 오늘날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과 산업 현장을 관통하는 핵심 이슈다. 비용과 효율성의 딜레마에 빠졌던 우리나라는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등 가격으로 매길 수 없는 비싼 댓가를 치른 후에야 비로소 ‘안전’의 가치를 삶의 맨 꼭대기로 올려놨다.
이러한 기조는 산업 전반을 넘어 전기공사업, 특히 배전전문업계에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고 있다. 안전한 현장을 위한 한전의 조치들과 배전 전기노동자들의 건강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 노사 상생 해법 등 논의의 주제들도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전기공사업계와 배전 전기노동자, 관련 연구기관 등 업계 주요 관계자들과 함께 배전 전기공사 현장의 안전 강화와 노사 상생 해법, 배전 전기노동자 노동강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 방안 등을 주제로 고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지상(紙上)대담에는 김철식 한국전기공사협회 배전전문위원장, 석원희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위원장(전기분과위원장),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전문의) 등이 패널로 함께 했다.(이름 가나다 순) 대담은 패널들과의 개별 인터뷰 후 각 질의에 대한 답변을 토론 형태로 정리한 것이다.
▶작업자 안전확보 대책은.
▲김철식 전기공사협회 배전전문위원장 (이하 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한전에서 현장 패트롤을 자주 나온다. 초반에는 거부감이 많았지만 지금은 현장에서도 안전 수칙 등 잘 지키고 있다. 사업주들도 ‘작업을 많이 해라. 빨리하라’고 종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일부 한전 지사, 사업소의 경우 본사에서 지시한 같은 공문을 가지고도 달리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엔 현장 작업자들이 정말 피곤하다. 현재의 지침들, 조치들의 목적이 무엇인가. 현장에서 보다 안전하게 일하려고 하는 것 아니겠나. 그럼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일이 되도록,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해줘야지 공문에 써 있는 글자대로 맞추라고만 해서는 일이 안된다.
안전을 위해, 사고예방과 계도를 위한 점검을 해야지 지적을 하기 위한 점검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공사용 개폐기의 경우, 2.5m 높이에 올리도록 한 이유가 무엇인가. 외부의 접촉을 막기 위한 것 아닌가. 그럼 높이보다 외부인의 접근 차단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헌데 어느 지역에서는 감독이 줄자를 들고 높이를 재러 다닌다. 목적은 사라지고 형식만 남은 것이다. 고임목 등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선 외려 이것 때문에 사고날 우려가 크다.
▲석원희 건설노조 부위원장(전기분과위원장) (이하 석)= 배전 전기노동자가 활선 상태의 전선에 직접 접촉해서 해야하는 작업이 폐지되면서 현장의 감전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제 적어도 배전공사 현장에서 ‘감전’으로 인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고사망자는 많이 없어졌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감전 사고는 줄었는데 추락이나 작업 차량 전복, 깔림 등 다른 형태의 중대재해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승주작업을 금지하고, 버켓 트럭을 타고 올라 작업을 하다보니 이러한 형태의 사고가 늘어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현장의 안전 강화를 이유로 여러 가지 조치를 무리하게 확대 시행 중인 한전의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복잡한 여러 단계의 절차를 만들었고, 이것이 외려 안전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소가 되고 있다. 보여주기식 안전 조치들은 실질적인 안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려 현장의 위험 요소가 늘어나는 실정이다.
승주작업을 금지한 한전의 결정에 대한 이견도 존재한다. 김다온 조합원의 안타까운 죽음을 계기로 전주에 오르는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문제는 승주작업을 금지하면서 막내 작업자들이 배전공사의 기초를 배울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전주에 올라가는 사람이 없는데, 신입 직원들이 어디서, 어떻게 일을 배우겠나. 또 반대로 학원에선 지금도 전주에 올라서 작업하는 것을 가르친다. 이걸 현장에서 써 먹을 수 있나. 이런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나 논의 없이 ‘무조건 금지, 중지’하는 것이 정말 안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최민 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직업환경의학전문의) (이하 최)= 전기노동자들의 안전을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는 주제는 ‘감전’이다. 처음 이러한 논의가 시작됐던 당시만 해도 감전의 위험이 큰 직접활선작업의 비중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감전’보다는 추락이나 장비로 인한 사망사고 등으로 사고의 형태, 패턴이 바뀌어가는 모양새다.
더 안전한 현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항상 있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안전을 위한 각계의 논의와 고민도 계속 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나온 대책들이 현장 노동자들이 원하는 방향과 같은 쪽을 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한전과 시공업계, 노동자는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주체들이고, 서로를 필요로 하지만 각 주체 간의 거리감은 매우 멀고, 감정의 골도 깊은 상황이다.
문제의 해법은 대화와 소통에 있다. 뭔가 현장의 안전 조치들의 ‘초점’이 과녁의 중앙을 벗어난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안전 대책들이 핵심을 관통하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것인지 한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임금갈등 해법을 제안한다면.
▲김= 사업에 필요한 고정비 중 인건비의 비중이 60% 정도다. 여기에 연료비, 식대, 자재, 소모품 등을 생각하면 제반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여타 업종과 비교할 때 전기공사업은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은 편에 속한다. 또한 전기공사업계의 처우, 임금은 타 업종과 비교할 때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직종 가운데 이 정도의 급여를 받는 사람들의 집단은 흔치 않다.
임금 갈등은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불거진 부분도 있다. 사업주는 노동자들이 하는 일, 상황을 너무 잘 알고 있고 노동자들도 회사의 경영 상태, 사업주가 얼마를 버는지 다 안다. 서로 다 알고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봉합이 안되고 갈등이 커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사업주도, 노동자도 파트너십을 가지고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 회사가 있어야 노동자도 있고, 노동자가 있어야 회사가 유지되는 것 아니겠나. 사업주들도 여건이 좋아서 일도 많고, 많이 벌면 그걸로 노동자들과 나누고, 배분하는 게 즐겁다.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한전도, 회사도 다들 힘든 시기다.
▲석= 임금으로 인한 갈등의 단초는 불법하도급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배전공사에서 하도급이 거의 대부분이다. 업계도, 노동자도 다 알고 있지만 해결이 요원하다. 이러한 불법하도급 문제만 근절해도 기업 CEO들과 노동자 간 임금 협상이 원만하고,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애초에 배전공사 현장에서 기업과 노동자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주체인가. 결코 아니다. 전부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노동자들도 회사 대표가 대우 잘해주고, 인간적으로 대하면 자기가 받는 것 이상으로 일 한다. 반대로 사람을 물건처럼 부리고,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려고만 하면 그 현장은 제대로 안돌아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노사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의 일로 접근해야 한다.
▲최= 임금은 안전, 노동강도 등 현장의 노동 여건과 비례한다. 전기공사 현장에 관한 연구를 하며 가장 놀랐던 것 지점은 ‘치열한 경쟁’과 ‘난립한 업체’ 등으로 대표되는 업계의 계약·입찰체계였다. 연, 월 단위로 인력을 빌려주고, 양도양수가 난립하는 구조에서 업계가 제대로 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컸다. 업계 관계자가 아니기에 정확한 구조와 이익, 비용 등은 알 수 없지만 이렇게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구조는 업계의 성장보다는 퇴행을 불러올 공산이 크다.
저는 임금이 근본적으로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사실 전기공사업은 ‘위험의 외주화’를 너무나 잘 보여주는 산업이다. 공사의 계획, 예산을 수립하는 원청(한전)이 있고, 해당 공사를 수행하는 하도급사(전기공사업체), 현장에서 일하는 배전 노동자들의 수직적 구조가 명확하다. 또 전기공사업 전체로 보면 산업의 규모는 크지만, 개별 기업들의 규모나 각 계약의 크기는 작다는 특성도 갖고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 실제 현장의 일과 계약서 상 업무의 차이, 괴리가 클 경우 안전에 들어가는 비용은 샐 공산이 크다. 예컨대 전기공사업은 비용을 줄이려고 활선차를 줄이면 작업자 개개인의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작업의 위험성이 커지는 구조를 갖고 있다. ‘비용 절감’이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형태다. 계층화된 고용 구조와 복잡한 하도급 형태 방식 등도 이를 부추긴다. 임금 이슈는 이러한 안전과 노동강도 사이의 계층, 복잡성을 줄이는 방법으로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배전공사 현장의 노동강도는.
▲김= 노동의 강도는 지역별로 약간 차이는 있다. 예를 들어 재경권은 지방에 비해 업무의 강도가 높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적은 인력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사람이 많이 살다보니 현장의 작업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현장에서 주 작업자, 활선 차량 탑승자의 작업 부하가 많이 걸리는 것은 사실이다. 승주작업을 하지 못하다보니 베테랑 배전 전공들이 할 일이 없다. 체감상 현장 작업의 70~80%를 버켓 트럭 탑승자가 하는 것 같다.
현장의 작업이 일부 주 작업자에게 집중되는 것은 배전업계 전체적인 측면에서도 손해다. 신입 직원들이 일을 배울 기회가 없다. 하루 작업 중 실제 일하는 시간은 이동과 준비 등을 제외하면 5~6시간 정도다. 안 그래도 빠듯한 작업 시간에 신입 직원들한테 버켓을 태워 일을 가르칠 여유는 없다. 지금 현장에선 2~3년 뒤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지상에 있던 작업자에게 갑자기 활선 작업을 시키면 할 수 있겠나. 활선 작업차에 탑승해서 작업할 수 있는 전공들의 인력난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근골격계 질환 등 업무로 인해 아프면 치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일하던 노동자가 아프다고 산재를 신청하고 쉰다. 2주, 한 달을 진단서 끊고 쉬겠다던 친구가 며칠 뒤에 다른 현장에서 일을 하더라. 다쳐서, 아파서 쉬는 것을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이처럼 악용하는 사례들은 사라져야 한다.
▲석= 한전의 승주작업 금지 조치가 배전 전기노동자들, 특히 주작업자들의 업무 강도와 피로도, 스트레스를 높이고 있다. 과거엔 중요하고, 어려운 작업은 주 작업자가 하고,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작업은 보조 작업자가 맡아서 함으로써 상호 업무량도 조정하고, 작업을 배웠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작업을 버켓 트럭에 탑승한 주 작업자가 혼자서 다 해야 한다. 소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부하가 걸리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감전 사고는 줄었지만 추락 등의 사고 위험은 커지는 상황이다. 목이나 어깨 등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분들도 늘었다. 스마트스틱 등 새로운 공법의 도입 초기에 이런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논의가 불거졌다. 다만, 이를 단순히 공법의 ‘문제’ 혹은 배전 전기노동자의 직업병 등으로 치부해야 하는 가에 대해선 노동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작업의 숙련도의 문제, 익숙하지 않은 작업을 수행함에 따라 발생하는 피로감의 측면이 큰 부분도 있다.
사실 지금 현장의 피로감은 육체적인 부분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배전공사 현장의 안전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시행 중인 모든 제도, 조치는 ‘한전 살아남기’ 프로젝트라고 봐야 한다. 현장 감독들이 작업자들에게 주는 벌점(페널티)이 얼마나 되는지 알고 있나. 너무 자주, 많이 벌점을 주다보니 전기노동자들 사이에서 ‘감독 무서워서 일을 못하겠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안전사고에 예민한 한전의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전기노동자들도 한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식구들인데 엄중한 시기라는 것을 모르겠나. 하지만 지금은 ‘해도 너무한다’는 말이 나온다.
일례로 현장을 적발하려고 감독들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 숨어서 망원렌즈로 작업자들 사진을 찍는다. 이런 감독들의 행동은 ‘안전을 위한 조치’와 뭔가를 ‘적발하기 위한 감시’ 중 어느 것으로 보이는가. 최근에 경상권, 전라권을 순회하며 의견을 수렴했는데 언제 찍힐지 몰라 불안해서 작업을 못하겠다고 한다. 스트레스로 정신 치료를 받는 소장급 직원도 있다.
▲최= 건설노조 등과 노동자들의 건강과 보건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2019년 배전전기원들의 작업과 노동강도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었는데 ‘전기 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의 강도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서 처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현장에서 전기 노동자에 대한 관심이나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고 봐야 한다.
당시 연구에서 배전 전기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여타 직종에 비해 상당히 높게 나왔다. 육체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작업의 피로도가 컸다. 특히 높은 곳에서 중량물을 걸고, 올려다보는 형태로 작업을 해야 하다보니 허리와 목, 어깨 등의 부담이 매우 컸다. 회전근 파열 등 근골격계 질환의 비중도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육체적인’ 부분과 더불어 ‘정신적인’ 영역에서의 피로도도 높았다는 점이다. 전기공사업의 경우 작업 환경의 위험성이 크다보니 작업자들이 작업 시간 내내 긴장한 상태로 일을 해야 한다. 장시간 동안 이뤄지는 고된 작업에 계속 몰입해 있어야 하다보니 작업이 끝나면 탈진하는 작업자도 많다. 작업 시간 동안 작업자의 정신적, 육체적 역량을 완전히 소진하게 되는 것이다.
안전을 위한 여러 조치들에 다소 이견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사고가 없는 안전한 현장을 위한 최선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누군가는 충분히 대화했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부족했다고 느낄 수 있다. 안전에는 이러한 소통이 너무나 중요하다.
▶배전전문회사 제도에 대한 시각은.
▲김= 배전전문회사 제도 하에서 공사를 하려면 현장 인원 14명, 현장대리인 4명 등 20명 남짓이 ‘한 세트’로 구성된다. 여기에 작업을 위한 장비와 차량, 공구 등을 갖추는 데에 15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정도는 있어야 공사를 할 수 있다. 지금 이 정도를 맞추려면 한 업체가 1년에 30억원 정도는 공사를 해야 빠듯하게 운영할 수 있다.
지금 한전이 적자로 인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은 대한민국이 모두 알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업들이 한전에 일을 더 달라, 늘려달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나. 한전이 힘들면 전기공사업체들은 2배, 3배로 어려움을 겪는다. 일이 줄어들면 이걸 추정도급액 수준으로 맞추든지, 업체들의 보유 장비 규제를 풀어주든지 해야 하는데 지금 배전전문회사 계약한 업체들은 다들 곡소리 난다.
한전이 자구책을 고민하는 것처럼 배전전문회사들도 자구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지금은 돈을 벌기는커녕 기업 운영도 힘든 상황이다. 고통을 분담하는 건 좋지만 사업주가 모든 고통을 떠 안아야 하나. 직원들도 다들 처자식 먹여살려야 하는 사람들인데 구조조정을 할 수도 없고 앞뒤가 꽉막힌 상황이다. 인원, 장비 보유기준을 좀 완화하는 등 해법을 탄력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석=기본적으로 배전전문회사의 대형화, 전문화가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단, 배전 전기노동자들의 고용안정성이 보장되는 대형화여야 한다. 배전전문회사제도의 계약 기간도 현재 2년에서 4년 안팎으로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이렇게 늘어난 기간은 기업이 장비와 복지, 인력 등에 충분히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기능인력의 양성 체계도 지금처럼 외부 기관이 아닌 기업에 맡기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도 있다. 필요한 비용이나 제도 등 제반 사항은 국가에서 지원·관리하되 각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를 책임지고 키우고, 고용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인력의 미스매치나 기업과 기술인력 간 불균형도 해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현장의 상황에 대한 이해, 제대로 된 환경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하다. 배전공사 현장 나가보면 알겠지만 다들 컨테이너 박스 등 간이 시설에서 생활한다. 변변한 화장실이 없어서 근처 건물에 돈을 내고 화장실을 쓰러 다닌다. 간접활선공법 적용 등 전기공사의 ‘안전’이 부각되면서 현장의 젊은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는데, 이들이 끝까지 전기공사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려면 업계가 비전을 보여주고, 노동환경 등의 개선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최= 2년마다 새롭게 계약이 이뤄지는 배전전문회사제도의 의미나 필요성 등은 제가 의견을 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현재의 배전전문회사제도로 인해 배전 전기노동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용 불안’ 등의 문제와 관련해 당시 인터뷰했던 내용을 소개하려 한다.
과거 연구에서 배전 전기노동자들은 자격이 있어도 고용이 불안하다, 사장의 눈치를 너무 많이 봐야하는 구조라고 답했다. 사실 배전 전기노동자들은 자격을 보유한 이들로 구성된 ‘전문성’이 핵심인 직종이다. 이런 분들이 고용 불안을 고민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지금 구조에서도 일용직처럼 현장을 돌아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도 있었다. 다만 안전 측면과 인재양성 등의 시스템 측면에서 보면 이러한 ‘고용 불안’ 문제는 전기공사업 전반에 그리 득이 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상생을 위한 최우선 과제는.
▲김= 상생은 만나는 것 말고는 길이 없다는 데에 동의한다.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지만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갈등하고, 조정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생이 뭐 특별한 것이 있겠나. 같이 사는 것 아닌가. 특정 누군가만 이익을 보고, 다른 누구는 피해를 보는 결과로 가는 것은 결코 상생이 아니다.
▲석= 지금 한전이 하는 점검은 중대재해처벌법을 걱정해 처벌을 피하기 위한 실적 자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 덕분에 업체들과 배전 전기노동자들은 죽을 맛이다. 실질적인 안전 대책은 없고, 면피할 방법들만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물론 일부 현장들 가보면 아직도 작업자들이 관성처럼, 타성에 젖어서 일하는 곳도 있다. 그런 곳은 저도 조합원들 만나면 질책과 쓴소리를 한다. 노조 차원에서 작업 중지하라고 할 때도 있다. 조합원들 모아다가 ‘이렇게 하면 다 죽는다. 수 개월 내에 중대재해자 발생할거다. 이렇게 두면 안된다’라고 계도하고, 바꾸려고 노력한다. 또 패트롤 점검 할 때 정말 잘못이 있는 현장, 문제가 있는 개소에 대해서는 노조도, 현장 관계자들도 다 인정을 한다. 잘못한 일에 대해 벌점을 받고,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한전과 시공업체 등 모두에게 제안한다. 진짜 안전을 위한 점검, 확인을 했으면 좋겠다. 패트롤 점검을 할 때도 한전과 노조가 같이 나가서 보고, 함께 문제를 고쳐나가는 등의 해법이 필요하다. 제도를 운영하는 한전이 전문회사, 노동자들과 큰 틀의 방향을 논의하고, 소통하는 과정, 협의체가 필요하다. 또한 제도나 정책이 한전만 살고 전문회사나 노동자는 죽이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
▲최= 흔히 ‘안전을 강화한다’고 하면 현장과 노동자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위험의 외주화’라고 표현하는데 정확히는 ‘외주화의 위험화’가 맞는 표현이다. 이 단계에서 ‘안전 강화’는 원청이 하도급사를 혼내고, 관리를 강화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안전은 소통이 유일한 방법이다. 감독이나 감시를 강화하는 형식으로는 충족할 수 없다. 한전도 업체를 적발, 퇴출하는 방식보다 잘하는 기업에 상을 주고, 장려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바뀌어야 업체가 사고를 숨기거나 도망다니지 않을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안전 패트롤의 경우도 점검 나온 한전 직원들과 현장 관계자가 함께 안전 확보 방안을 상의하고, 필요한 부분을 서로 물어보는 건강한 소통의 방식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그림이 진정한 ‘안전 문화 정착’의 모습 아닌가. 패트롤을 나온 감독관과 기업, 전기노동자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있으며,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가 ‘시공업계 상생’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출처 : 전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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